거창에서 홀로 농사를 짓고 살던 62살 김 모 할머니.지난 2010년, 집에 침입한 50대 일용직 노동자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범인은 범행 다음날 김 할머니를 또 찾아갔습니다.자식들에게 부끄러워서라도, 신고를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겁니다.고민하던 할머니는 사건 발생 1년 만에 용기를 내 경찰에 신고했고 재판부는징역 2년6개월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위의 글은 지난 3월 3일 KNN 방송에서 보도된 리포트 내용이다.
우리 사회의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성폭력 사건 보고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 상담소만 하여도 지난해부터 노인 성폭력 상담을 자주 하게 되었다. 노인 성폭력 사건의 가장 많은 형태는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그 하나는 노인 요양보호사들이 보호대상자인 노인들에게 당하는 성희롱이고 나머지 하나는 홀로 사는 여성노인에 대한 성폭력이다.
특히 집들이 많지 않은 농촌에 살고 있는 노인 여성이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아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신체적인 힘이 떨어지고,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쉬운 여성노인들에 대한 성폭력의 경우, 그 대처가 어려우며 자녀들에게 이야기하기 어려움, 피해자 비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 성폭력 사건 보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노인여성 대상 성폭력이 사회문제로 떠올랐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성폭력의 성적 충동 혹은 성욕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성폭력의 대상은 젊은 여성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일어나는 성폭력들은 여성에게서 성적인 자극을 받고 주체할 수 없는 성욕에 의해 일어난다기보다는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자신의 공격욕과 성욕을 분출하는 것인 경우가 많다.
성폭력 사건 발생 수에서 어린이 성폭력과 장애인 성폭력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노인여성 또한 성폭력의 대상이 되기 쉽다.
그런데 노인 여성에게는 성적 욕구가 없는 무성적인 존재이거나 성적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미지가 붙어 있어 노인 성폭력에 대한 관심은 아동 성폭력이나, 장애인 성폭력에 비해 현저하게 적다.
아동이나 장애인 역시 성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이들을 사회적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는 반면, 성적인 단계를 거친 후 무성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여겨지는 노인 여성의 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에는 우리 모두가 무관심하다.
그러나 노인 여성이 겪는 성폭력의 피해는 아동이나 장애인의 피해와 다르지 않다. 어느 연령대에 있든 타인으로부터 성적인 침해를 당한 여성들의 피해는 비슷하다. 비록 그 형태는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지라도 상처의 강도가 적은 것은 아니다.
게다가 현재의 여성노인들 중에는 가부장적인 사고에 젖어 있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자신의 성폭력을 폭력으로 인지하기보다는 여성인 자신에게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사건으로 인지한다.
그리하여 누구에게도 이 사건을 말할 수 없다. 도시와는 달리 각 집의 속사정을 다 알고 있는 농촌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물론 자녀에게는 더욱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건이 잘 드러나지도 않고 알려지더라고 사법적인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다.
또한 노인여성이 가지고 있는 가부장적 사고는 ‘몸을 버렸다 그래서 이제 나는 이사람(가해자)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거나, 사실을 세상에 드러내겠다는 가해자의 협박에 넘어가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하기도 한다.
지금은 인간의 평균 수명이 80세인 시대이다.
인간의 늙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 ‘은교’에서 주인공 이적요는, ‘젊음이 너희들이 잘해서 받은 상이 아니듯이 늙음은 우리가 잘못해서 받는 벌이 아니다’라고 한다. 지금 우리가 노인들을 대하는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이제 성의 문제에서도 노인을 소외시키지 말고 노인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노인의 성을 이해하고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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