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임

남쪽 바다

파드득 2012. 6. 3. 13:19




무엇이 그리 급하였을까

남쪽 바다로 가는 길이

무에 그리 급해

산을 몇 개나 뚫어 그 길을 달려갔을까.

내달리는 나에게

몸을 상하면서 길을 내준

남도의 산들의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숨 가쁘게 달려 가 만난 바다는

그렇게 허겁지겁 만난 미래는

시퍼런 색이었다.

삶의 갈피에서 삐져나오는

자잘한 상처들로

멍든 가슴마냥

시퍼런 색으로 넘실거렸다.


그러고는

‘어디로 달아나느냐’

시퍼렇게 날 선 고함으로

다시 되돌아서려는 비루한 마음을

멈춰 세운다.


멈춰선 그 곳에

강아지처럼 핥아주는 파도의 위무가 있어

용기를 내어 시퍼런 바다를 마주 보려 한다.


내 내달음에 깍이고 뚫린 산들에게

저 작은 파도의 위무조차 줄 수 없지만

나로 인해 몸에 구멍을 내어 피 흘린 산과

자잘한 돌부리에 부딪혀 상채기가 가실 일이 없는 여염의 내가

이 바다에서 만나야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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