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리 급하였을까
남쪽 바다로 가는 길이
무에 그리 급해
산을 몇 개나 뚫어 그 길을 달려갔을까.
내달리는 나에게
몸을 상하면서 길을 내준
남도의 산들의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숨 가쁘게 달려 가 만난 바다는
그렇게 허겁지겁 만난 미래는
시퍼런 색이었다.
삶의 갈피에서 삐져나오는
자잘한 상처들로
멍든 가슴마냥
시퍼런 색으로 넘실거렸다.
그러고는
‘어디로 달아나느냐’
시퍼렇게 날 선 고함으로
다시 되돌아서려는 비루한 마음을
멈춰 세운다.
멈춰선 그 곳에
강아지처럼 핥아주는 파도의 위무가 있어
용기를 내어 시퍼런 바다를 마주 보려 한다.
내 내달음에 깍이고 뚫린 산들에게
저 작은 파도의 위무조차 줄 수 없지만
나로 인해 몸에 구멍을 내어 피 흘린 산과
자잘한 돌부리에 부딪혀 상채기가 가실 일이 없는 여염의 내가
이 바다에서 만나야 하므로.